흑사병은 흑사병균이 일으키는 병입니다. 쥐에 붙어 사는 벼룩이 사람을 물 때, 벼룩의 몸에 있던 흑사병균이 사람에게 침투해 감염시킵니다. 질병 말기에 피하출혈로 몸이 까맣게 보여 흑사병(black death)이라 불렸습니다. 인류 역사상 흑사병 유행이 있었지만 가장 끔찍했던 것은 1348-1350년에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입니다. 당시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1/3 가량이 죽었고, 세계 인구가 4억 5000만에서 3억 5000 혹은 7000만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1347년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타고 크림반도에 상륙합니다. 흑사병에 걸린 쥐들은 그곳에 정박한 캘리선을 타고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갔고, 곧 제노바와 베네치아, 피사가 흑사병에 함락됩니다. 흑사병은 거기서 북서쪽으로 이동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전 유럽을 초토화시킵니다. 흑사병은 전염력이 높아 가족이 죽어가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고, 아무도 시체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아 죄수들을 동원해 시체를 묻어야만 했습니다. 흑사병은 불후의 명작을 탄생케도 했습니다. 흑사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멀리 피신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그 시기에 쓰인 책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입니다.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 한적한 시골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열흘 동안 주고 받은 짧은 이야기들입니다.
사도행전 24장에는 바울이 유대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벨릭스 총독 앞에서 재판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법정에서 바울은 혼자 있고, 바울을 고소한 종교지도자들은 그들이 고용한 ‘더둘로’라는 법률가와 함께 있습니다. 더둘로가 총독 앞에서 바울을 고소할 때, 바울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렇게 증언합니다. (행 24:5)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전염병 같은 자라 천하에 흩어진 유대인을 다 소요하게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라』 더둘로는 바울을 페스트, 전염병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심한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입니다. 바울은 분명히 전염병과 같은 사람입니다. 바울이 퍼트린 것은 무엇인가요? 죽음의 바이러스가 아닌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복음입니다. 바울을 통해 예수님의 복음은 팔레스틴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고, 그 복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오늘 우리들 또한 그 복음에 전염된 사람들인데, 이제는 우리로 인해 생명의 복음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