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1502-1571)이 추구한 학문은 위기지학(爲己之學, 자기를 위한 배움)인데, 이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 인격적인 자기완성을 의미합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인격이 다듬어져야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끼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기를 위한다는(爲己)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으로, 결국 학문을 이룬다는 것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퇴계는 이론적으로만 학문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도 배움의 향기를 드러낸 사람입니다. 퇴계는 두 번 결혼을 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은 아들 둘을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 일찍 죽었습니다. 그후 퇴계는 31살에 안동 권씨와 재혼했는데, 권씨는 정신이 혼미한 지적 장애자였습니다. 퇴계가 권씨와 결혼하게 된 이유는 안동으로 귀향 온 권질이 퇴계를 만나 정신이 혼미한 딸이 있는데 출가하지 못하고 있으니 맡아줄 것을 부탁하자 거리낌없이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퇴계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었던 선각자였습니다. 한번은 권씨가 퇴계의 두루마리를 다리다 한 부분을 태웠습니다. 그리고 태운 자리를 기웠는데, 비슷한 색깔이 아닌 붉은 천을 대고 기웠습니다. 그럼에도 퇴계는 아무 소리하지 않고 그 옷을 입고 외출을 합니다. 사람들은 선비의 옷이 경망스럽다고 하자 퇴계는 웃으며 말합니다. “허허, 모르는 소리 말게.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것이라네. 우리 부인이 좋은 일이 생기라고 해준 것인데 어찌 이상하단 말인가.” 이처럼 퇴계는 권씨의 부족을 탓하지 않고 사랑과 배려로 감싸주며 살았습니다. 머리로만 학문을 이룬 것이 아니라 삶으로도 학문을 이룬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입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2장에서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라고 말씀합니다. 믿는 성도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은은히 드러내는 사람으로, 좋은 상황에서만 향기를 드러내는 사람이 아닌 절망 중에도 향기를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인동초(忍冬草)는 그 향기가 남다르기에 고난을 이겨낸 사람을 인동초에 비유하곤 합니다. 구소련 시대에 당국이 그리스도인들을 잡는 것은 쉬웠다고 합니다. 억눌린 체제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낙심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살 때, 그리스도인들은 밝은 얼굴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억울하게 형들에게 팔려 애굽 땅에서 종으로 삽니다. 그는 보디발 장군집에서 종살이 하는데, 절망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향기를 드러냈고, 보디발은 요셉을 통해 하나님의 향기를 맡습니다. (창 39:3) 『그의 주인이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심을 보며 또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 하심을 보았더라』 오늘 우리는 어떤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