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음악실 내부는 벽 전체를 계란판 모양의 소재로 도배하는데, 소리의 반사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공기의 진동이 없는 우주에서는 아무리 소리쳐도 소리 전달이 안됩니다. 음악실 안에는 여러 강렬한 소리들이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가는데, 벽에 아무것도 없으면 소리는 그대로 튕겨나와서 우리 귀에 날카롭게 들립니다. 그러나 벽에 계란판 모양의 스폰지를 붙이면 날카로운 소리를 부드럽게 할 수 있습니다. 방음벽 스폰지에는 울퉁불퉁한 골짜기도 있고, 작은 공기 구멍들도 있기에 소리들이 방음벽에 부딪쳤을 때, 울퉁불퉁한 골짜기 안에서 반사를 계속해 진동이 약해지고, 또 작은 공기 구멍들이 소리의 진동을 흡수하기에 그만큼 소리의 반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함박눈이 내린 다음에 주변이 고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차들이 덜 다니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덜 나와서 다니기 때문일까요? 혹은 심리적으로 마음이 차분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럴수도 있지만 사실은 내린 눈으로 인해 소리가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눈의 표면에는 작은 공간들이 있어서 이 공간은 건축의 방음벽같이 소리를 흡수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린 후에 밖에서 이야기할 때는 전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에 좀 더 크게 소리를 내야 합니다. 실제로 남극에서 눈이 와서 만들어진 눈 동굴에서는 5미터 이상 떨어질 경우 크게 소리치지 않으면 서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눈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좋은 소리도 있고, 반면에 정제되지 않은 날카로운 소리도 있습니다. 스폰지 같은 사람, 눈 같은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만큼 세상은 날카로운 소리를 덜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만큼 소리(말)이 많은 곳은 없습니다. 교회는 은혜로운 소리도 넘쳐나지만 상처가 되는 날카로운 소리도 넘쳐날 수 있습니다. 스폰지 같은 성도, 눈 같은 성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교회는 조용합니다. 그러나 벽 같은 성도들이 많으면 서로간에 소통도 단절되고, 여러 소리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반사되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먼저 스폰지 같은 사람, 눈 같은 사람이 된다면 그가 있는 가정, 그가 속한 공동체는 조용하고 평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