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는 인간의 허영을 단풍에 비유합니다. “단풍잎은 잎이 수명을 다해 광합성 작용을 못해서 붉게 물드는 건데, 사람들 눈에는 이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허영의 속성이라고 하면서 생명력을 잃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것을 허영이라고 말합니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 마틸드는 가난한 사무원의 딸입니다. 마틸드는 하급관리와 결혼하여, 꿈에서 그렸던 화려한 삶과는 동떨어진 비루한 삶을 삽니다. 어느 날 남편이 파티 초대장을 갖고 왔는데, 고관대작들의 파티였습니다. 마틸드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며 남편의 비상금을 털어 옷을 사고, 친구의 목걸이를 빌립니다. 파티에서 그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마틸드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비싼 목걸이를 잃어버립니다. 마틸드는 재산을 처분하고 그것도 모자라 비싼 이자까지 물어가며 돈을 빌려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는 그 돈을 갚기 위해 파출부로 일하면서 10년 동안 힘든 생활을 합니다. 어느 날 10년 만에 목걸이의 주인이었던 옛 친구를 만났지만 친구는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마틸드가 10년 동안 너무 고생을 해서 많이 늙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마틸드는 친구에게 목걸이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 친구가 깜짝 놀라며 말합니다. “가엾어라. 내 목걸이는 가짜였어! 몇 푼도 안 되는 싸구려였다구!”
빌립보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2:3) 허영을 영어 성경에서는 vain-glory(속이 빈 영광)으로 번역했습니다. 한자의 허영(虛榮)도 같은 의미입니다. 겉으로는 영광스럽게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영광스럽지 않은 것 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이야말로 허영으로 점철된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듣도록 큰 소리로 기도하고, 사람들이 보도록 성문 어귀에서 기도하고, 사람들에게 대접받기 위해 상석에 앉기를 좋아합니다. 일부러 슬픈 기색을 띠며 자신이 금식하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에 대한 주님의 평가는 회칠한 무덤과 같다고, 헛된 영광을 구하는 것이라는 책망이었습니다. 대강절 기간에 내 삶과 신앙에 허영의 그림자는 없는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