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인 없는 빈 산이란 뜻으로 누구든지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면 자기 땅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1992년에 나온 영화 “Far and Away”가 있습니다. 초창기 아메리카 대륙의 넓은 땅을 갖고자 신대륙에 온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드넓은 신대륙은 말그대로 무주공산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톰 크루즈)이 드넓은 땅에 말을 타고 달리다가 어떤 곳에 깃발을 꽂으면 거기까지가 내 땅이 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지계석 혹은 지계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잠 23:10), “그 이웃의 지계표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신 27:17). 지계표(석)은 구약 시대에 무주공산인 땅에 여기까지가 내 땅임을 표시하는 도구였는데, 못된 사람은 밤에 몰래 자신의 지계표를 옮겨 다른 사람의 땅을 침해하거나 혹은 이웃의 지계표를 옮겨 자신의 땅을 넓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에 하나님은 율법을 통해 함부로 자신과 이웃의 지계표(석)을 옮기지 말 것을 말씀합니다.
무주공산을 우리 마음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복음 11장에 보면 더러운 귀신이 어떤 사람에게서 나갔는데, 마땅히 거처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나온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귀신이 가서 보니 그 집이 청소되고 수리되었기에 가서 저보다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마음 또한 무주공산이 되면 아무나 와서 자리를 잡고, 그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의 말씀입니다.
신앙에서 마음을 비우는 것과 빈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성경은 우리 마음을 비울 것을 권면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실 때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하나님 앞에서 가난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주님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는데, 천국이 그의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단지 마음을 비우기만 하면 천국이 나의 것인가요? 빈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관건인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채워야 합니다. 바울은 너희 안에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고 말씀합니다(빌 2장). 불교에서 빈 마음은 무심無心이라고 하며, 세상 것들로 채워진 마음은 본 마음이 아니고, 빈 마음이 본연의 마음이라고 가르칩니다. 신앙생활은 세상 욕심으로부터 계속해서 마음을 비우는 훈련이고, 동시에 빈 마음에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는 힘든 작업입니다. 내 마음이 예수님으로 새겨지고 채워질 때, 이 땅에서도 천국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