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남긴 말을 유언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양한 유언들이 있습니다.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죽기 전에 쓴 유서들 중에는 다른 계열사 사장에게 남긴 유머스런 말도 있습니다. “당신, 너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십시오.” 유언을 시로 남긴 사람도 있습니다. 구한말 유학자 황편은 나라 잃은 국치 후에 절명시 네 편을 짓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번째 시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새도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물 속으로 가라앉네 /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를 되새기니 / 어렵구나, 세상에서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가.” 힘없는 지식인으로 나라 잃은 수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학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에 대한 감사로 유언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무용과 지략에서 이순신과 비교되는 영국의 제독 호레이쇼 넬슨은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죽을 때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내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해주신 걸 하나님께 감사한다.”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유언도 있습니다. 1970년대 전태일 청년은 노동자들을 대신해 이렇게 외치며 죽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전태일이 병원으로 옮겨져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배가 고프다”였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유언입니다. 작곡가 베토벤은 음악인으로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앓을 때, 이것이 얼마나 괴롭고 지긋지긋했는지 죽음을 앞두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하늘에선 나도 들을 수 있을 거야.”
예수님의 유언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있는데, 흔히 가상칠언(架上七言)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여자여 보소서아들이니이다/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내가 목마르다/다 이루었다/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그러나 이것만 예수님의 유언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죽기 전에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면에서는 진짜 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잡히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의 발을 한 명씩 씻어주며 이런 말씀을 합니다. (요 13:34)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유언은 당시 제자들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진 유언입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의 유언을 무겁게 받고, 그 유언을 실천하며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