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은 엄홍길과 함께 한국 산악계에서 가장 뛰어난 산악인으로 꼽힙니다. 그가 이룬 기록은 대단합니다. 그는 26살에 한국인 최연소로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산악계의 그랜드 슬램(히말리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지구 3극점-에베레스트/ 남극/ 북극)을 달성했습니다.
박영석은 2011년 10월 18일 오후 4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되었습니다. 박영석과 대원들은 안나푸르나에서도 가장 험난한 곳으로 꼽히는 남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는데, 기상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종됐습니다. 베이스 캠프를 떠나기 전 동영상에 남긴 말은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습니다."살아 있는 것이 감사하지요. 나랑 같이 등반하다가 다른 곳으로 멀리 간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렇지만 산악인은 산으로 가야 산악인이라고 생각해요. 탐험가는 탐험을 가야 탐험가이고요. 도시에 있는 산악인은 산악인이 아니라고 봐요. 야성을 잃은 호랑이… 들판에서 뛰며 사냥을 해야 호랑이가 호랑이지요. 나는 죽는 날까지 탐험을 할 겁니다. 항상 감사하면서요."
박영석은 엄홍길과 함께 한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기록을 세울 때마다 억대의 CF 제의가 왔고, 강연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영석은 한번도 CF와 강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왜 모든 제안을 거절하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료합니다. 지금 내가 이룬 기록은 나 혼자 한 것이 아니고 많은 대원들이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이룬 것이기에 나 혼자 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실종되거나 죽은 대원들이 있는데, 나 혼자 이렇게 좋은 것들을 가질 수 없다는 마음입니다.
평소 박영석은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내가 잘나서, 내가 똑똑해서, 내가 능력이 있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명히 주변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그들을 망각하고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바울은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나의 나 된 것은 다 주님의 은혜라." 인간적으로 바울은 내세울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다 내려놓고, 오늘 내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님의 은혜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나의 나 된 것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감사할 줄 아는 성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