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2월, 사해의 쿰란에서 베두인족 소년이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소년이 없어진 양을 찾기 위해 협곡에 있는 동굴들을 살펴봅니다. 그러다 처음 보는 동굴을 발견하고, 돌을 던졌는데 양의 소리는 나지 않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납니다. 사해 인근 지역은 고대부터 여러 민족의 흥망성쇠가 있었던 곳이기에 종종 오래된 유물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소년은 다음날 사촌과 함께 동굴을 다시 갑니다. 동굴에는 한 개의 깨진 빈 항아리와 여덟 개의 온전한 항아리들이 있었습니다. 소년과 사촌은 여덟 개 항아리에는 보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모두 깼는데, 일곱 개는 텅 빈 항아리였고, 나머지 한 개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 11개가 나왔습니다. 소년은 두루마리를 가지고 집으로 왔고, 이후 몇 장은 뜯어서 불쏘시개로 태워버렸고, 나머지는 골동품 상인에게 푼돈, 우리나라 돈으로 약 3만원에 팔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소년이 판 두루마리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이 두루마리는 당시 가장 오래된 구약성경 필사본으로 알려진 ‘알레포 사본’(Aleppo Codex)보다 무려 1000년이나 더 오래된 성서 필사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두루마리 사본이 사해에서 발견되었기에 사해 사본이라고 부릅니다. 사해 사본을 제외하고 훼손되지 않은 완벽한 성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기원전 2세기에 만들어진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경’이 있습니다. 사해 두루마리 사본을 손에 넣은 사람 중에 사무엘이라는 대주교가 있었는데, 그는 미국으로 간 후 돈이 필요했는지 1954년 6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잡동사니 판매’란에 ‘사해 사본’이란 제목으로 기원전 2세기의 성서 사본을 판다는 광고를 실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서 필사본이 잡동사니로 분류되어 신문 한 구석에 매물로 나왔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해 사본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연구자들이 사해 사본을 보관할 때 무지해서 햇빛, 습도 등에 노출되는 것은 예사였고, 심지어 연구자들이 그 앞에서 담배까지 피울 정도로 관리가 형편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해 사본은 더 많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성경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성경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성경을 접할 수 있고,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도 성경이 있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 성경을 두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을 경홀히 여기는 풍조가 생긴 듯 합니다. 베두인 소년처럼, 사무엘 대주교처럼, 사본 앞에서 담배 피우는 연구자들처럼 가볍게 생각합니다. 시편 말씀입니다. (시 119:72) 『주의 입의 법이 내게는 천천 금은보다 좋으니이다』 시인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