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배경이 되는 팔레스틴에서 낙타는 중요한 동물입니다. 낙타는 사람들에게 많은 양의 고기를 주는데, 두 살 된 낙타 한 마리를 잡으면 가죽과 내장을 빼고 약 250kg의 고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낙타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젖을 줍니다. 암낙타 한 마리에서 하루 4-6리터 정도의 젖을 짤 수 있고, 이 젖을 발효시켜 요구르트, 버터, 치즈를 만들고, 술도 만드는데 낙유주라고 합니다. 낙타털은 카펫으로 짜서 쓰고, 가죽은 신발이나 텐트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사막에는 땔감 나무가 없기에 낙타 똥을 사용하는데, 조개탄 모양인 낙타 똥 세 덩어리 정도면 1인용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낙타 오줌은 머리 감는 샴푸로 여성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낙타는 자기 몸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500kg의 짐을 싣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400km를 이동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등에 있는 혹 속의 지방을 분해해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 낙타는 전쟁에서도 유용한 동물인데, 처음에 스타트는 느리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말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낙타는 성경 곳곳에 등장합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다시 만날 때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 중에 “젖 나는 낙타 30마리와 그 새끼들”(창 32:15)이 있었습니다. 율법은 새김질하고 굽이 갈라진 것은 먹지 못하게 했는데, 낙타는 여기에 속합니다. 낙타와 약대는 같은 말인데, 신약의 세례 요한은 약대 털옷을 입었고, 예수님의 비유에도 낙타가 등장합니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 19:24), “맹인 된 인도자여 하루살이는 걸러 내고 낙타는 삼키는도다”(마 23:24) 예수님은 외식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너희는 작은 죄(하루살이)는 잘 걸러내면서도 큰 죄(낙타)는 서슴지 않고 행한다고 책망합니다.
황지우 시인의 ‘나는 너다’라는 시에서, 낙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거침없이 내딛는 멋진 동물로 묘사됩니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 동트는 지평선(地平線)을 보아라 /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 일어나 또 가자 /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 거리는구나 / 지금 나에게는 칼도 경(經)도 없다 / 經이 길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 길은, 가면 뒤에 있다 / 단 한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 그러나 너와 나는 구만리 청천(九萬理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 나는 너니까 / 우리는 자기(自己)야 / 우리 마음의 지도(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우리는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들인데, 낙타처럼 지치지 않고 끝까지 정진하는 성도들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