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방송을 통해 한 남자를 보았는데, 그의 이름은 최영민, 별명은 헐레벌떡입니다. 그는 저녁이 되면 어깨에 큰 떡상자를 메고 음식점을 다니며 떡을 팝니다. 식사하는 사람들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면서 자신을 헐레벌떡이라고 소개합니다. 별명처럼 온동네를 헐레벌떡 뛰어다니기에 얼굴은 땀 범벅이지만 웃음이 가득합니다. 신기한 것은 한쪽 다리 없이 목발에 의지한 채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얼마나 빨리 뛰는지 웬만한 사람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속도입니다. 게다가 30kg에 육박하는 무거운 떡상자를 어깨에 메고 말입니다.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를 놓치지 않고, 한 개의 떡이라도 더 팔기 위함입니다. 그의 고단한 삶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최영민씨는 세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어린 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냅니다. 이후에 또 다른 큰 아픔을 겪는데,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던 열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습니다. 게다가 교통사고 후에 작은 아버지 부부가 이혼을 해서 최영민씨는 다시 세상에 버려집니다. 몸이 장애인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고 눈물 짓습니다. 죽을 생각으로 여러 차례 자살도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한 권의 책이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습니다. 그 책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책입니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병이나 사고가 아닌 절망이라는 말에 최영민씨는 깊은 공감을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새롭게 먹습니다. 절망으로 죽을 마음이 있으면, 죽을 용기로 사는 데까지 살아보자! 그때부터 목발을 짚고 체력을 길러 일자리를 찾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떡장사 광고를 보았고, 내가 판 만큼 벌 수 있다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합니다. 그후로 10년 동안 그는 한 지역에서 밤마다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떡을 팔고 있습니다.
“절망이야말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이 한마디가 최영민씨를 절망에서 희망의 자리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보면 지옥 입구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은 유황불이 있어 고통스러운 장소라기보다는 일말의 희망도 없이 온통 절망만 있기에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겁니다. 이 땅에 살면서 희망 없이 절망만 가지고 산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 아닐까요? 그러나 성도인 우리는 지옥 같은 삶에서도 희망이 있습니다. 그 희망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