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에 개봉한 영화 “벤허”는 헐리우드의 거장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했는데, 총 제작 기간이 10년 걸렸고, 동원된 출연진만 10만 명에 달했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5분 정도의 전차 경주 장면 촬영은 3개월이 걸렸고, 1만 5천 명이 4개월간 연습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과 엄청난 물량 지원이 있었기에 금세기 최고의 대작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유다 벤허와 벤허의 친구이자 원수가 되는 메살라이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부제목이 있는데, 부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영화 벤허는 벤허와 메살라의 이야기지만 이면의 실제 내용은 예수님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영화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두 번,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 그것도 예수님의 뒷모습만 나옵니다. 첫번째 장면은 벤허가 노예로 끌려가다가 지쳐 쓰러졌을 때 예수님이 그에게 물을 주는 장면이고, 두번째 장면은 반대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지쳐 쓰러졌을 때 벤허가 예수님께 물을 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벤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벤허는 상영 시간이 3시간 45분인데, 이런 장편 영화에서 단지 두 장면만 간단하게 나온다면 그 역할은 존재감이 없는 역할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 정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짧게 나오더라도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배우가 있는데,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두 번, 그것도 뒷모습만 나오지만 영화의 전체 메세지를 아우르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드러내는 사람을 조연이라고 하는데, 세상은 조연보다는 주연을 더 많이 기억하고, 주연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리스도를 빛나게 하는 조연의 삶은 큰 삶이라고 말씀합니다. 세례 요한의 삶이 그랬는데, 요한은 자신이 메시야의 영광을 가로챌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빛나게 했던 사람입니다.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장미를 받쳐주는 안개꽃이 있기 때문이고, 하늘의 달과 별이 아름다운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비추었던 요한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눅 7:28)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