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설상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기는 발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발이 100개나 있는 지네를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지네는 거추장스런 발이 없어도 잘 갈 수 있는 뱀을 부러워했고, 뱀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wind)을 부러워했고,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눈(eye)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눈은 보지 않고도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했습니다. 마음에게 묻길, 너는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느냐고. 마음이 대답하길, 자신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의 동물인 기라고. 장자는 이 우화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산다는 것을 비유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누군가 가지고 있으면 부러워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방이 부러워하는 것을 모른 체 말입니다. 오늘날 사는 것이 힘든 이유 중에 하나는 비교와 부러움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너를 비교하는 중에 너를 부러워하며 나를 비하합니다. 무식한 사람은 유식한 사람을, 병든 사람은 건강한 사람을,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유식하고 건강하고 부자인 사람들은, 무식하고 약하고 가난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러운 것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나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이런 고백을 합니다. (빌 4:11)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자족의 헬라어는 ‘아우탈케스’인데, 이 단어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먼저는 ‘아우토스’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재귀대명사와 ‘알케오’로 ‘격퇴하다, 충분하다, 만족스럽다’는 단어가 합성된 말입니다. 아우탈케스의 일차적인 의미는 자신이 물리치다, 격퇴하다는 뜻인데, 무엇을 물리치고 격퇴시킨다는 걸까요? 상대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 상대와 경쟁하고 싶은 마음, 상대를 누르고 서려는 마음 등을 물리친다는 의미 아닐까요? 이럴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 자족하는 마음은 경건생활에도 큰 이익이 됩니다. (딤전6:6) 『그러나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왜 자족하는 마음이 경건생활에 큰 이익이 될까요? 경건생활의 핵심은 마음을 끊임없이 내려놓고 비우는 삶입니다.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대신 그 마음에 하나님의 은혜를 채우는 삶이 경건생활입니다. 날마다 자신을 물리치는 자족을 통해 좀 더 깊은 경건을 체험하는 성도되길 기도합니다.